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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가]제망매가

by happy-messenger 2023.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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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길은


여기 이승에 있으니 머뭇거리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 다 이르고 가 버렸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아아, 미타찰에서 만나 볼 나


도를 닦아 기다리겠다.

 



누이를 그리는 마음


 월명사는 일찍이 도술에 힘이 높기로

이름이 나 있었습니다. 

 

월명사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누이

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이 누이동생은

일찍 세상을

더나고 말았습니다.

 

월명사는 죽은 누이를 위해서 제사를 지내고

향가를 지어 불러주었습니다.

이 때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종이돈이 바람에

날려 서쪽으로 사라졌습니다 .

 

월명사 향가의 하늘도 울고 귀신도 감동하여

종이돈을 바람에 날림으로써 누이동생이

떠나는 길에 노자돈으로 삼게 해 준 것이었습니다.

 

한편 월명사가 피리를 불 때면 달도 가는 길을

멈출 정도였다고 합니다 .

 

월명사에 도력은 이렇게 신라시대의 사람들을

비롯하여 만물을 이끄는 힘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

 

이 노래 <제망매가>는 죽은 누이를 위해

제사 지내는 노래입니다.

 

작품의 전체 주제는 죽음이며

그런 만큼 전체적으로 구슬프고 우울한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그러나 이 노래는 마냥 슬픔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

 

첫 줄에서도 나타나 있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보통 살아있는 우리들은

지금 현재를 열심히 살고 내일 일을 

생각하여 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그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죽음은 언제 어떻게 갑자기 찾아올지

모르는 것이며, 그것이 내일이 되느냐

70년 후가 되느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

 

그래서 철학자들은 살아있는 인간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죽은 뒤의 세계까지 깊이 고민합니다.

 

우리 곁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죽음과 탄생이

뒤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삶만을 드러내고

죽음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

 

죽음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절반의

삶인데 사람들은 기분이 나쁘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것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고 숨깁니다.

 

건강한 삶을 사는 이상 죽음의 사로잡히거나

구속될 필요는 없으며 특히 요즘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살은 더욱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

그러나 항상 우리 곁에 안락한 살만 있는 것은

아님을 깨닫는 것이 죽음의 존재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현재를 더욱 충실하게 사는데

도움이 됩니다 .

 

조금 어렵고 우울한 이야기가 되었는데 이<제망

매가>는 떠나간 누이를 그저 그리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하늘나라에서 만날 날을 위해 불도를

닦아 내 몸을 깨끗하게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사람이 한 번 세상에 나면 필연적으로

죽게 되어 있다는 불교적인 행사 개념을 드러내고

있으며 특히 한 가지에 나고 저도 가는 곳을 모른다는

대목에서는 아무리 같은 부모밑에 태어난 가까운

인연을 가진 형제라도 죽음 앞에서는 안타깝게

허물어져 버린다는 죽음과 삶의 사이의 거리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윤회 사상이라고

하여 사람에게 전생이 있다고 합니다.

 

전생이 있으면 다음 생, 즉 내세도 있습니다 .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서 미타찰에서 만날 나는

도를 닦아 기다리겠다고 함으로써 자신이 죽은 뒤

누이와 다시 만날 수 있음을 믿고 있습니다.

 

누이는 극락세계로 가고 자기도 불도를 닦아

만날 날을 기다린다는 것으로 보아 죽음 앞에서

느끼는 허무한 이별의 아픔을 불교적인 믿음으로

이겨내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

 

가을에 때 이른 바람이 누이의 너무 이른 죽음을

나타내고 한 부모에게서 태어났음을 한 가지에서

났다고 표현하는 것으로 볼 때 이 향가는 옛날 노래

가운데에서도 특히 뛰어난 비유법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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