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가] 처용가
서라벌 밝은 달 아래
밤늦도록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곤
다리가 넷이어라.
둘은 내 것이지만
둘은 누구 것인가?
본디 내 것이다 마는
앗아간 것을 어찌하리.
빼앗긴 것을 용서하는 마음
우린 옛날 신라시대 헌강왕이 나라를 다스렸다 쓸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왕이 개운포라는 곳에 나가 놀다가 돌아가려 할 때 물안개가
뿌옇게 끼어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왕은 이것을 이상하게
여겨 하늘을 점치는 신하에게 물었습니다.
동해에 용이 조화를 부리는 것입니다.
좋은 일을 베풀어서 일을 풀어주십시오.
그래서 왕은 이용을 위해 그 근처에 저를 세우도록
시켰습니다 그 명령을 내리자 곧 안개가 걷혔습니다.
용이 기뻐하며 왕께 앞에 나타나 왕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뜻으로 춤을 추고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그 용의 아들 가운데 한 사람이 임금을 따라 나랏일을
더 오게 되었는데 그 사람의 이름이 처용입니다.
왕은 미녀를 골라 처형에게 아내로 삼도록 주었으며
관직도 내렸습니다 그런다 아내가 너무나 아름다운
탓에 역신이 몰래 아내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역신는 사람으로 모습을 바꾸고 밤에 처형의 집에
들어가 그 아내와 함께 잠들었습니다.
처용은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내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처용은 앞에 노래 <처용가>를 부르며
그 자리를 물러 나왔습니다.
역긴는 처용이 고귀한 인격에 감탄하고 반성하며
그 앞에 나타나 무릎을 꿇었습니다.
제가 당신의 아내를 사모하여 이렇게 숨어 들어왔으니
노여워하지 않으시니 맹세코 이후로는 당신의 모습을
그린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뒤로 사람들은 집집마다 처용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문에 붙여 역신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처형은 용의 아들이지만 왕을 따라와서는
고통과 슬픔을 느낄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따라서 아내를 빼앗겼을 때 그 고통이 뼈에 사무치는
않았을 리가 없습니다.
이 노래는 아내를 잃은 슬픔과 원한을 극복하며
승화시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의 마지막 줄에 있는 '앗아간 것을 어찌하겠는가'
라는 부분에서는 단순히 포기하거나 체념하는
무력한 모습이 아니라 일종의 관용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결단과 다짐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노래는 그 뒤로 역병이 신을 물리쳤다는 점
으로 미루어 보아 축사의 노래이며 따라서
벽사진경의 무가 이기도 합니다 .
역신이 처용과 대결하고 그 힘에 못 이겨서
퇴치당한 것이 아니라 처형의 관용의 감동하여
스스로 정체를 밝혀고 물러났다는 점이
이 노래의 특징입니다.
따라서 옛날부터 우리 조상은 아귀를 무조건 쫓아
보낸 것이 아니라 잘 달래주고 베풀어 주었던 보냈다는
너그러운 민족의 정신적 특징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편 처용은 신화 속에서 용의 아들로 나타나고
있지만 삼국유사에서 바닷가에 나타난 처용의
모습은 아랍인과 닮았다고 합니다.
신라시대의 중국과 일본인 위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라비아 상인들이었다고 하니까요.
처용은 우리나라의 무역을 하러 왔다가 미처
돌아가지 못한 아랍상인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이후 궁중에서는 잔치를 베풀 때나 역신을 쫓는
행사를 버릴적에 처용무를 만들어 춤추었습니다.
처용무는 잡귀를 쫓는 의식의 춤입니다 .
처용의 가면을 쓰고 잡귀를 물리치는 의식의
내용은 연극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무속의 굿 행위가 연극으로 변하는 과정의
하나이기도 합니다.